[사설]홈캠 12만 대 해킹범 적발… 내 사생활 中서 음란물로 팔렸다

1 week ago 3
가정집 등에 설치된 홈캠 영상을 몰래 빼내 성인 사이트에 판매한 해킹범 4명이 최근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홈캠 12만여 대에서 영상을 탈취해 성착취물로 제작한 뒤 중국 음란물 사이트에 팔아 수천만 원어치 가상자산을 챙겼다. 가정집은 물론 산부인과 분만실, 의류 매장, 필라테스 스튜디오, 왁싱숍 등도 범죄 타깃이 됐다. 해당 사이트에 ‘한국 홈캠’이란 별도 코너가 있을 정도로 집중 유통됐다고 한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해킹범들의 놀이터가 돼 전 세계 앞에 벌거벗겨진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미 유포된 영상을 완전히 없애기 어려울뿐더러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 찍힐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가야 한다. 영상이 유출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인터넷 카메라의 일종인 홈캠은 설치해 둔 곳의 영상을 외부에 머물 때라도 휴대전화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어린 자녀나 연로한 부모가 있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수요가 특히 늘고 있다. 폐쇄회로(CC)TV보다 저렴하고 설치가 쉬운 게 장점이지만 영상이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과정에서 해킹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에 검거된 해커들은 홈캠의 보안이 허술하게 관리되는 빈틈을 노렸다. 피해자들 중엔 구매 당시 초기 설정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그대로 쓰거나 1234, 0000, abcd처럼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비번을 설정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는 호시탐탐 무단 침입할 카메라를 찾는 해커들에게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번 뚫린 카메라는 지속적으로 해킹을 당했고, 하나의 홈캠이 여러 해커들의 먹잇감이 된 사례도 있다.

홈캠 해킹은 피해자의 사생활은 물론, 영혼까지 파괴해 돈벌이를 하는 악질 범죄인 만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인터넷 카메라 업체들이 보안 수준을 강화하도록 압박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초연결사회에선 ‘1234’로 설정한 비밀번호 같은 말단의 취약한 구멍을 통해 전체 보안이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이용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내 집에서마저 안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건 씁쓸하지만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보안 위험을 늘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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