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 안정 중요하더라도 국민연금 과도한 압박은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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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23 17:39 수정2025.11.23 17:39 지면A39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이번주 국민연금과 환율 안정 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 1500원 선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외환당국이 국민연금에 SOS를 요청한 모양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앞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물론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최근 환율 급등 원인 중 하나가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에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도 지적하고 있다. 환율을 좌우하는 달러 수급 요인은 경상수지와 순대외금융자산 등 크게 두 가지인데, 최근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외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돈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1년간 증가한 순대외금융자산은 812억달러(약 120조원) 규모다. 대부분이 국민연금과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의 영향이다.

총 운용자산이 1322조원인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은 58.3%(올해 8월 말 기준)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2015년부터 환헤지를 하지 않으며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 만약 운용자산 중 일부라도 환헤지를 한다면 적잖은 규모의 달러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 외환당국이 지금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급하다고 해서 국민연금을 지나치게 압박해선 안 된다. 국민연금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은 그 전략이 장기적으로 수익률과 안정성을 높인다는 내부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 협의는 하되 환헤지를 할지 말지, 하더라도 얼마만큼 할지는 국민연금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늘리는 이유도 살펴봐야 한다. 국내보다 해외 기대 수익률이 높기 때문 아니겠는가. 미국은 2000년 이후 IT(정보기술)와 AI(인공지능) 혁명을 주도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그간 5% 안팎에서 1% 안팎으로 주저앉았으며 장기 주가 상승률도 낮은 편이다.

환율은 한 나라 경제 체력을 비추는 거울이다. 뼈를 깎는 구조개혁으로 생산성과 기대 수익률을 높이면 국민연금이든 서학개미든 자연스레 국내 투자로 돌아설 것이며, 환율도 안정될 수 있다. 단기 대증요법만으론 환율 불안을 결코 해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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