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출범 초기부터 ‘미실현 이익 과세’ 논란에 휩싸였다. “집값이 올라도 팔지 않으면 현금 유입이 없는데 어떻게 세금을 내느냐”는 반발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8년과 2024년 두 차례 위헌 심판에서 모두 종부세 제도 자체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보유 자체가 ‘잠재적 담세력(擔稅力)’을 보여준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헌재는 매번 제도의 미비점도 함께 짚었다. 2008년 세대별 합산 과세를 위헌으로 결정해 인별 과세로의 전환을 이끌었고, 2024년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중과에 소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다. 종부세가 사회적 논란을 낳은 것은 사실상 ‘부유세’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합산 과세, 가파른 누진세율, 국세 부과 등 집값 안정을 목표로 하는 징벌적 성격이 뚜렷했다.
최근 종부세로 대변되는 보유세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공공 주도 개발을 천명한 9·7 공급대책,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10·15 대책으로도 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보유세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보유세가 낮은 건 사실”이라고 했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개인적 의견이지만 보유세 인상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응능부담(應能負擔·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을 들며 “미국처럼 재산세를 1% 부과하면 50억원 주택의 보유세는 연 5000만원”이라고 했다.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0.1~0.2%)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0.3~0.6%)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세율만 비교해서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시가에 가까운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각종 감면·공제를 적용해 실질 부담을 낮추고 있다. 구 부총리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인상 여론전에 대비한 ‘군불 때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세금이 집값을 안정시키는 궁극적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보유세 인상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우리는 과거 정부에서 똑똑히 목도했다. 지금은 강화된 대출 규제와 거래세 부담 때문에 한 번 팔면 다시 같은 가격대의 주택을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집주인으로선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져도 결국 버티기를 택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매물 잠김과 거래 절벽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세금 인상의 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돼 전·월세 가격만 올라갈 수 있다. 이는 임대시장 침체와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는 집값 급등을 시장을 교란하는 특정 투기 세력 탓으로 돌리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에게 고강도 규제를 가했고, 자기 집을 세놓는 것까지 ‘갭투자’로 싸잡아 몰아세웠다. 만약 정부가 보유세를 높인다면 그 화살은 그동안 최소한의 보호를 받아온 1주택 실수요자에게도 향한다. 어렵게 내 집을 마련한 이들에게 ‘자기 집에 사는 죄’를 묻는 식의 과세는 조세 저항을 부를 것이다. 정부가 시장이 원하는 충분한 공급 정책을 외면해 집값이 치솟은 책임을 이들에게까지 떠안기려 해서는 곤란하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가 가장 무섭다’는 말처럼 보유세 인상은 시장에 보내는 경고 신호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거래를 묶어 출구를 좁혀 놓은 상태에서 보유세 부담까지 키우는 것은 과도하다. 의미와 파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성급하게 인상을 밀어붙인다면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3 weeks ago
8
![[만물상] 마지막 판매왕](https://www.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쿠팡 사태 수습 위해선 김범석 의장이 나서야 한다](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