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운전 통계를 보면 재범률이 2010년 이후 단 한 번도 4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3회 이상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은 연 2만 건을 넘고, 7회 이상도 연 1000건에 육박한다. 이래도 상당수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처해진다. 2023년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이들 가운데 실형은 10명 중 1.5명꼴이고, 재판에 넘겨진 2만5119명 중 55.9%(1만4054명)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 사망 사고도 있었던 터에 연말로 접어들며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40% 이상이라는 것은 스스로 자제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후 단속만큼 과도한 음주 예방 역시 중요하다. 아직 운도 떼지 않은 주취자의 폭력이나 성범죄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음주 문화의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음주 문제의 원흉으로 꼽혔던 회식 문화는 코로나 팬데믹 시국을 거치며 큰 변화를 겪었다. 2, 3차로 이어지는 회식에 대한 비판에 힘이 실렸고, 술 없는 점심 식사로 상당 부분 옮겨갔다. 젊은 세대일수록 야간 회식을 싫어하므로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강해지리라 본다.그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새 음주 경향이 있다. 바로 편의점을 통한 ‘혼술’이다. 십여 년 전부터 동네 구멍가게가 편의점으로 거듭나고 골목 상권을 흡수, 장악하면서 강력한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편의점의 브랜딩과 유통을 활용한 음주 전진기지의 네트워크다. 10조 원 규모 주류 시장을 노려 판매 품목을 늘리고, 앱을 활용한 온라인 구매·오프라인 수령 패턴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말 그대로 ‘술 권하는 편의점’이 됐다.
사실 입지 ‘덕분’에 편의점의 장악 이전에도 골목 상권과 구멍가게는 위력 있는 주류 구매처였다. 이런 기본 여건에 24시간 영업이나 ‘맥주 다섯 캔 1만2000원’ 등의 판촉 행사가 맞물리면서 편의점은 주류 판매의 최전선으로 거듭났다. 요즘은 한술 더 떠 와인, 위스키, 인스턴트 하이볼까지 들여놓아 젊은 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이제 ‘음주 촉진 네트워크’로서 편의점의 성장세 및 전략을 면밀히 관찰해 억제 조치를 적극 검토할 때다. 일단 편의점 외부에서 음주 전면 금지와 야간 주류 판매 금지, 이 두 가지 조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신고 업태(자유업 또는 휴게음식점)에 관계없이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의 음주는 영업행위에서 제외돼 처벌받지 않는데, 이미 팬데믹 시기에 악용됐다. 이제 원천 차단할 때다. 주류 판매 금지 시간을 두는 것 또한 맥락은 비슷하다. 저녁부터 새벽까지만 편의점의 주류 판매를 통제해도 적지 않은 음주 예방 효과가 있으리라 예상한다. 삶의 신산 속에서 음주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그만큼 사회안전망을 더 확충해야 모두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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