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촉진 네트워크 돼 가는… 동네 ‘술 권하는 편의점’[이용재의 식사의 窓]

1 week ago 3

이용재 음식평론가

이용재 음식평론가
10월 25일과 11월 2일, 음주운전 사고로 외국인 관광객이 사망하는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한국의 음주운전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처벌이 가벼운 것은 사실로, 실제 판결의 잣대가 되는 양형 기준이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었다. 법 자체는 엄격하지만 실제 양형에서 괴리가 생겼다는 의미다.

음주운전 통계를 보면 재범률이 2010년 이후 단 한 번도 4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3회 이상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은 연 2만 건을 넘고, 7회 이상도 연 1000건에 육박한다. 이래도 상당수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처해진다. 2023년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이들 가운데 실형은 10명 중 1.5명꼴이고, 재판에 넘겨진 2만5119명 중 55.9%(1만4054명)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 사망 사고도 있었던 터에 연말로 접어들며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40% 이상이라는 것은 스스로 자제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후 단속만큼 과도한 음주 예방 역시 중요하다. 아직 운도 떼지 않은 주취자의 폭력이나 성범죄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음주 문화의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음주 문제의 원흉으로 꼽혔던 회식 문화는 코로나 팬데믹 시국을 거치며 큰 변화를 겪었다. 2, 3차로 이어지는 회식에 대한 비판에 힘이 실렸고, 술 없는 점심 식사로 상당 부분 옮겨갔다. 젊은 세대일수록 야간 회식을 싫어하므로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강해지리라 본다.

그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새 음주 경향이 있다. 바로 편의점을 통한 ‘혼술’이다. 십여 년 전부터 동네 구멍가게가 편의점으로 거듭나고 골목 상권을 흡수, 장악하면서 강력한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편의점의 브랜딩과 유통을 활용한 음주 전진기지의 네트워크다. 10조 원 규모 주류 시장을 노려 판매 품목을 늘리고, 앱을 활용한 온라인 구매·오프라인 수령 패턴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말 그대로 ‘술 권하는 편의점’이 됐다.

사실 입지 ‘덕분’에 편의점의 장악 이전에도 골목 상권과 구멍가게는 위력 있는 주류 구매처였다. 이런 기본 여건에 24시간 영업이나 ‘맥주 다섯 캔 1만2000원’ 등의 판촉 행사가 맞물리면서 편의점은 주류 판매의 최전선으로 거듭났다. 요즘은 한술 더 떠 와인, 위스키, 인스턴트 하이볼까지 들여놓아 젊은 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이제 ‘음주 촉진 네트워크’로서 편의점의 성장세 및 전략을 면밀히 관찰해 억제 조치를 적극 검토할 때다. 일단 편의점 외부에서 음주 전면 금지와 야간 주류 판매 금지, 이 두 가지 조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신고 업태(자유업 또는 휴게음식점)에 관계없이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의 음주는 영업행위에서 제외돼 처벌받지 않는데, 이미 팬데믹 시기에 악용됐다. 이제 원천 차단할 때다. 주류 판매 금지 시간을 두는 것 또한 맥락은 비슷하다. 저녁부터 새벽까지만 편의점의 주류 판매를 통제해도 적지 않은 음주 예방 효과가 있으리라 예상한다. 삶의 신산 속에서 음주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그만큼 사회안전망을 더 확충해야 모두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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