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생성과 소멸] 〈7〉AI버블 논쟁과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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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봄날 밤에 내리는 기쁜 비)에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 당춘내발생(當春乃發生)'이란 표현이 있다. 좋은 비는 때를 알아서 봄이 되면 내린다는 말이다. 봄비는 겨울 내내 얼어붙은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통화량이 급증하고 물가상승이 있다면 '버블'을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고도의 과학기술이 시장경제에 기여하기 위해선 봄비처럼 약간의 '버블'이 필요하다. 당장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관심과 돈, 정책이 몰리는 시간이다. 인공지능(AI)에선 어떨까. 자본주의 시장경제 발전을 위한 '좋은 비'가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은 알파고, 챗GPT 등 관심을 넘어 급성장했다. 작은 기업이던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세계를 석권했다. 미국은 5000억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를 비롯해 AI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금융기관은 다양한 AI투자 상품을 만들어 쏟아낸다. AI라는 밥을 너무 허겁지겁 먹은 탓일까. AI에 경고등을 비춘 사건이 일어났다.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이다.

그림작가 이소연 作그림작가 이소연 作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있지만 유독 AI에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다. 아직 시장 기대에 맞는 실적을 내진 못하고 있다. 마이클 버리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해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그런 그가 AI버블을 경고하며 주가하락에 거액의 '베팅'을 했다. 빅테크 기업이 AI장비 수명을 길게 잡아 수익을 부풀렸다고 주장한다.

엔비디아 등 AI기업은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다. 사람들은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해 회사업무를 보고 학교수업을 들으며 창작활동을 한다. 여전히 GPU가 부족하고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나라마다 핵심정책으로 AI투자를 결정하고 집행하고 있다. AI버블을 의심할 신호가 어디 있는가. 2000년대 닷컴버블 또는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징조가 있는 걸까.

현재 AI를 통해 수익을 내는 기업은 반도체, 장비, 소프트웨어(SW), 클라우드컴퓨팅을 제외하곤 많지 않다. 생성형 AI 등 일반인이 활용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은 아직 적자이고 투자비용이 늘고 있다. 과거 산업엔 '낙수효과'가 있었다. 제조업이 발전하면 전후방 관계에 있는 원자재, 서비스 등 다른 산업도 발전하고 고용도 늘었다. 그런데 AI의 현재 상황은 다르다. 낡은 기업시스템을 AI로 전환하는데 그치고 일자리를 줄인다. 하청 등 제휴업체에 일을 나눠주지 않고 AI를 활용해 직접 처리한다. 실물경제는 침체지만 GPU 구입,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늘고 있다. 그 뒤엔 금융기관의 대출이 버티고 있다. 2000년대 닷컴버블처럼 부실대출을 늘이거나 2008년 금융위기처럼 AI기업에 대한 대출채권을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통화량을 늘일 수 있다. 당시 금융위기가 부동산에 금융을 더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AI에 금융이 붙어 버블을 키울 수 있다. AI 대전환이 시작되면 다른 산업으로 버블이 번질 수도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조차 직원 10명이 안 되는 작은 기업도 AI를 내세우며 수백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다며 우려한다. 일반인은 AI를 몰라도 소외될까 두려워 '묻지마 투자'를 한다. 글로벌 빅테크 CEO의 행보는 어떤가. 연예인 같다. 언론, 학계, 업계는 그들의 말을 금과옥조처럼 외우고 퍼트린다. AI인프라를 파는 기업 CEO 입장에선 당연하다. 반도체, 장비를 팔기 위해선 큰 물이 들어올 때에 노를 크게 저어야 한다. 오픈AI 등 다른 AI기업 CEO는 왜 그럴까. 생성형 AI는 아직도 돈을 먹는 하마다. 큰 금액의 투자를 유치하려면 장밋빛 미래를 설교하고 다녀야 한다. AI버블은 더 커질 것이고 시간은 많지 않다.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은 빈부격차, 고용감소 등 AI 불신과 버블에 대한 암묵적 경고가 아닐까. 빅테크는 알파고, 챗GPT, 휴머노이드 장기자랑 등 홍보형 '맛보기' 상품을 넘어 세상이 깜짝 놀랄 AI서비스를 내놔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AI거품은 반드시 터질 기회를 찾는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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