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서울 집값은 '김 부장'이 올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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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 서울 집값은 '김 부장'이 올렸을까

최근 인기를 얻는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김 부장 이야기 속 주인공 김낙수(류승룡 분)는 통신사 대기업에 다니는 25년 차 영업팀 부장이다. 자기 아들에게 “명심해! 서울에서 아파트 사고 애 대학까지 보낸 인생은 위대한 거야. 인마!”라며 꼰대 같은 말도 서슴지 않는다.

더 어려워진 '내 집' 마련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 만수(이병헌 분)도 일에 자부심이 강하다. 집에 대한 애착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단독주택이지만 인테리어 하나하나 직접 가꾼 특별한 공간이다. 회사에서 ‘잘린’ 뒤에도 내 집만큼은 지켜내려는 집착을 보인다.

두 작품은 우리 사회 중산층 가장이 겪는 직장 내 불안, 그 대척점에 있는 집이란 공간을 통해 ‘심리적 안식’이란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낙수와 만수는 자가를 보유하고 안정된 직장을 다니는 중산층 가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모든 게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부동산 이슈가 뜨겁고 고용 불안 위기가 커지는 한국 사회에서 상당수 중장년층의 공감을 자아낸 이유다.

요즘 부동산은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이재명 정부는 규제를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치솟는 서울 집값에 잇달아 대책을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근 넉 달 새 ‘3연속 빅 카드’(6·27 가계대출 관리 방안, 9·7 주택 공급 확대 방안, 10·15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를 꺼내 든 배경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고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그런데 ‘불똥’은 이상한 곳으로 튀었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까지 더 어렵게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규제로 묶으며 무주택자가 집을 살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70%에서 40%로 낮췄다. 단순 계산으로 10억원짜리 주택을 살 때 4억원까지만 대출이 나온다는 의미다. 또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15억∼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했다. 이는 청약 시장에서 현금 부자만 유리한 구조를 만들었다.

정부 규제가 연이어 발표된 뒤 집주인은 내놨던 집을 거둬들여 ‘매물 잠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덩달아 전세 물건이 줄며 임대차 시장 불안 우려까지 나온다. 내년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마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전셋값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른다.

수요자 맞춤형 공급책 내놔야

부동산 시장 안정은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와 정책의 세밀한 조정에서 나온다. 투기 수요 억제도 중요하지만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돕는 게 우선이다. 단기적 ‘집값 잡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한계가 명확하다. 벌써 규제에서 비켜난 지역에선 ‘풍선 효과’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과 신혼부부, 중산층 등 실수요자의 안정적 주거를 위한 맞춤형 공급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나와야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집값은 내 집 하나 갖겠다는 수많은 ‘김 부장’이 올린 게 아니다.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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