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회가 K애니 세미나를 외면하는 이유

2 weeks ago 4

[취재수첩] 국회가 K애니 세미나를 외면하는 이유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는 지난 19일 애니메이션 관련 세미나를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서 개최했다. 주제는 ‘K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 확장을 위한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전략’이었다. 원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고 싶었지만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장소를 바꿨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7월에 실패한 데 이어 이번에도 국회에서 행사를 치르려 했지만 협조할 의원실을 찾지 못했다”며 “애니메이션업계 목소리는 정치권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행히 정부와 서울시 등이 후원해 당일 행사는 성황을 이뤘다. 애니메이션 업체 대표 수십 명과 학계, 연구기관,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해 애니메이션과 AI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연구개발(R&D)과 콘텐츠 육성을 따로 지원해 시너지를 낼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AI를 통한 애니메이션 강화 방안에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부분 방안이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속 시원한 답변을 해줄 정치인이 자리에 없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AI 지원을 강화하는 조직과 예산을 정비하고 있다”(문체부 담당자)는 원론적 얘기만 나올 뿐이었다. 한 참석자는 “K팝이나 드라마에 비해 K애니메이션 규모가 작다 보니 여야 불문하고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K애니메이션이 홀대받는 사이 애니메이션 선진국들은 앞서가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 위트스튜디오는 2023년 넷플릭스와 협업해 모든 배경을 AI로 그린 ‘개와 소년’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3월에는 생성형 AI로 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 ‘트윈스 히나히마’가 일본 방송에서 처음 방영됐다.

국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당분간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전통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도 부족한데 AI와 애니메이션의 접목은 너무 먼 미래 일이기 때문이다.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대표는 “AI를 잘만 활용하면 애니메이션 후발주자인 한국이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다”며 “그런 기회를 살리려는 업계 움직임에 정치권이 전혀 호응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문체부 내에서 애니메이션 업무 인기가 적어 매년 담당자가 바뀐다. 정치권에서도 표심에 끼치는 영향이 작다 보니 애니메이션 행사에 축사조차 안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에선 여전히 “제2의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을 우리 스스로 만들자”고 주장한다. 헛된 구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