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심 대신 강성 당원만 쫓는 여야…중도층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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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민심 대신 강성 당원만 쫓는 여야…중도층 포기했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 주권’을 강조하는데, 당원한테 받는 당비가 당 재정에서 얼마나 차지하는 줄 아세요?”

최근 만난 한 민주당 의원실 A 보좌관이 꺼낸 말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강성 당원의 권리 강화를 외치지만 실제 정당 재정은 당비보다 세금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계자료를 찾아봤다. 여야 정당은 운영경비 대부분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경상보조금으로 채운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선거보조금을, 여성·장애인·청년 후보를 공천하면 추천보조금을 추가로 받는다.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도 전액 보전된다. 선거 치르라고 돈을 주고, 치르고 난 뒤에도 또 주는 셈이다. 지난해 민주당은 국고보조금 438억원을, 국민의힘은 411억원을 받았다. 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까지 더하면 선거가 있는 해엔 매년 1000억원 넘는 세금이 정당으로 들어간다.

이 사실을 확인한 뒤 민주당 한 의원에게 “정당의 주인은 누구냐”고 물었다. 의도를 살피듯 한참을 뜸 들이던 그는 “당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밀어붙일 때마다 강조하던 ‘대주주 책임’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 아니라 국민이다. 지난해 민주당은 438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동안 당비 수입은 342억원이었다. 국민의힘도 보조금 411억원, 당비 205억원이었다. ‘지분율’로 따지면 정당의 대주주는 국민이다.

그런데 최근 여야 모두 국민보다는 당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은 당내 선거에서 대의원과 당원 모두에게 ‘1인 1표’를 부여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강성 당원 요구에 부응하겠다며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경파로 분류되던 윤상현 의원조차 “민심에 역행하는 길이며, 폐쇄적 정당으로 보일 위험한 처방”이라고 우려했다.

여야는 내년 지선을 앞두고 ‘집토끼’에 의존하려는 모습이다. 민주당 안에서는 “이러다 서울시장 선거를 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럴 때마다 여당에선 국민의힘 쪽을 본다고 한다. 중도층과 점점 멀어지는 국민의힘의 행보가 일종의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A 보좌관은 “강성 당원만 바라볼 거면 정당이 더 이상 국고보조금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당’이라면 당심보다 민심을 넓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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