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사 시범사업의 채용 목표 인원이 24명인데 16명만 채웠습니다. 그나마 이 중 15명은 이미 전남에서 근무하던 전문의입니다.”
전라남도청 관계자는 11일 “현 의료 환경에서는 지역필수의사를 채용하기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역필수의사 시범사업은 의사가 종합병원급 이상 지역 의료기관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지역 근무수당과 정주 여건을 지원하는 것이다. 공모를 거쳐 선정된 강원, 경남, 전남, 제주 4개 지방자치단체(17개 의료기관)에서 지난 7월 시행됐다. 모집 인원은 시도별 24명씩 총 96명으로, 정부는 월 400만원의 지역 근무수당을 지급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96명 채용이 목표인 이 사업에 이날 기준 71명이 채용됐다. 강원은 초기 정착을 위한 월 100만~200만원의 지역상품권까지 제공하지만 17명이 근무 중이며 이마저도 기존 지역 전공의가 상당수 포함됐다. 경남과 제주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와 여당은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인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용하는 지역필수의사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대학 입학 전형을 통해 선발·육성한 지역의사가 10년간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지역의사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시범사업 경험에서 보듯 지역의사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의대 증원을 통해 지역에서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선발 인원이 줄어드는 수도권 의사 몸값은 더욱 치솟고, 지역의사도 10년 복무 후 대거 수도권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박민수 당시 복지부 2차관은 국회에서 “지역의사제를 실현하려면 적절한 수의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9월 기자간담회에서 지역의사제와 관련해 “만약 지역 추계를 해서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증원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의사단체의 반대다. 지난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는 이번에도 “제2 의료사태가 불가피하단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방 의료기관은 필수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해마다 진료 공백을 겪는다. 지역의사제를 제대로 도입하려면 하루빨리 의대 증원부터 논의해야 한다. 지방 의료 붕괴를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4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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