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기업 중 62.1%가 퇴직 후 재고용을, 33.1%가 정년 연장을 선호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보도자료의 첫 대목이었다. 중견기업에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고령자 계속 고용 방식’을 물어 얻은 응답 비율을 집계한 자료였다.
가장 많은 기업이 ‘퇴직 후 재고용’을 원한다는 건 다른 설문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다. 다만 정년 연장을 택한 비율이 33.1%라는 대목에서 고개가 갸우뚱했다. 경영자 입장에서 인건비가 급증하는데 10명 중 3명 이상이 조건 없는 정년 연장을 선호한다고 답한 건 의외여서다. 가장 납득이 가지 않은 부분은 응답자 4.7%가 정년 폐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상과 다른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보도자료 뒷부분에는 퇴직 후 계속 고용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물어본 설문 결과가 정리돼 있었다. 퇴직 후 재고용 시 임금은 많아야 정년 시점 임금 대비 80~90%로 알려져 있다. 퇴직 후 재고용이 일반화된 일본에서도 기존 임금의 평균 60%를 지급한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선 가장 많은 기업(31.4%)이 퇴직 후 재고용 임금으로 정년 시점보다 많은 ‘100% 이상’을 준다고 답했다.
설문 결과가 의아해 중견련에 문의했다. 우선 ‘각 기업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나 인사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었냐’고 물었다. 설문을 진행한 담당자는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중견기업 대상으로 설문하면 보통 임원이나 대표까지 올라가지 않는다”며 “인사팀 또는 해당 업무를 맡는 직원이 답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응답자를 중견기업 경영진이 아니라 근로자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고 답변했다. 기업 대표나 담당 임원이 아니라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란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중견기업의 5%가량이 정년 폐지를 찬성하고 31% 이상이 퇴직 후 재고용 임금을 정년 당시 임금보다 더 준다고 답한 결과가 나온 이유였다.
그런데도 중견련은 이번 설문을 각 기업을 대표하는 이들을 상대로 실시한 것처럼 포장했다. 보도자료 제목도 ‘퇴직 후 재고용을 공통 해법으로 보는 중견기업계’였다. 퇴직 후 재고용이 중견기업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은 중견련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문조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목표를 빨리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신뢰성을 등한시한 것이다. ‘소탐대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4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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