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낯선 곳을 여행할 때 걱정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음식, 언어 그리고 교통수단이다. 그중에서도 교통수단은 여행객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통과해야 하는 그 나라의 관문이다. 공항에서 목적지까지의 첫 이동 경험이 그 나라의 첫인상을 좌우한다는 말은 결코 과하지 않다.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은 낯선 도시에서도 안정감을 주며, 곧 국가 이미지로 직결된다.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택시를 탔을 때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다면 단순히 ‘좋은 인상’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낙수 효과로 이어진다. 이들은 여행 기간 내내 택시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헤비 유저가 될 확률이 높다. 내국인보다 탑승 횟수가 많고 평균 요금이 높아 기사들에게 더 큰 수익 기회를 준다. 우버 택시가 더 많은 외국인 승객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기동성 좋은 택시를 이용하면 더 많은 곳을 방문하고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다. 유명 관광지 말고도 SNS 정보를 바탕으로 골목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트렌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골목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모빌리티 업계 종사자로서 필자는 편안한 이동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
외국인 관광객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직접 택시를 운전하며 기사의 입장에서 그들을 만나기도 했다. 운전하며 외국인 관광객들과 나눈 대화에서 한국 택시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관점을 발견했다. 우선 이들은 굉장히 저렴한 택시 요금을 놀라워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6만~7만원(약 40~50달러) 정도인 요금은 미국이나 유럽 주요 도시에 비해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한다. 공항에서 ‘가성비’를 체감한 관광객들은 여행 기간 내내 택시를 애용하게 된다. 택시 대부분이 중형 세단 이상이고 법적으로 택시 차령(車齡)이 4~7년으로 짧아 차량 공간이 넉넉하고 깔끔하다는 점도 이들이 높은 점수를 주는 요인이다. 요금은 저렴하고 차량 상태는 좋으니 여행객 입장에서는 대접받는 느낌이라는 긍정적 반응이다.
물론 항상 좋은 피드백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질적인 불만은 단연 택시 잡기의 어려움이다. 낮 시간대는 괜찮지만, 특히 밤 10시 이후 심야 시간대에는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병원에 입원한 딸을 면회하러 가려던 한 미국인 손님은 30분간 택시가 잡히지 않아 애를 태웠다고 호소했다. 이런 불편한 경험이 반복된다면 교통은 한국 여행에 가장 큰 장벽이 될 수도 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전망이다. 이들이 다시 찾는 관광 대국이 되기 위한 인프라는 입국한 순간부터 시작되는 ‘이동의 편안함’과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이동의 자유’다. 관광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안심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업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나서야 할 때다.

4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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