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글은 아직도 낮은 대우를 받고 있어 가슴 아픈 인류의 절반인 여성에게 헌사한다.
아들 셋, 딸 둘 오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어릴 적 받은 교육 속에 스며든 성별 편향을 인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아들들은 딸들보다 더욱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받았다. 아들은 가족 부양의 의무를 지기 때문이라는 지극히 관습적 사고에서였다. 반면, 네 자매 중 막내인 아내는 아무런 제한 없이 전문직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을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누릴 수 있었다.
우리 부부의 세 딸은 국제 교육을 통해 양성평등 문제에 대한 명철하고 참여적 시각을 갖췄기에 가부장주의적 오류에 빠질 위험에서 나를 확실히 구해줬다! 나 자신을 ‘개조’하는 데 딸들의 반응과 의견이 큰 도움이 됐지만, 그럼에도 긴 세월 노력이 필요했다. 어린 시절부터 주입된 규범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고백을 하는 이유는 내가 개선돼 온 과정이 직업적 책무와도 깊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성평등 문제는 프랑스 외교 활동 중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사회에 첫발을 디딘 1999년의 프랑스 외교부는 극히 남성적인, 때론 여성 비하적 시각을 가진 세계였다. 여성 직원에게는 최소한의 상징적 역할이 주어졌고, 특히 고위직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연례 공관장회의 기념 단체사진을 보면 정장에 넥타이 차림을 한 남자 일색이다.
오늘날 많은 것이 바뀌었고, 이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프랑스 여성 공관장 비율은 2012년 14%에서 2024년 34%로 증가했다. 무엇보다 2024년도 신규 임용 대사 중 52%가 여성이었다. 프랑스의 젊은 여성 외교관들은 이제 또래 남성들과 동등한 승진 기회를 누린다. 책임직을 맡고 부서를 통솔하는 간부가 되기 위한 특별 교육도 받는다. 성별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가 속도 있고 폭넓게 추진될 수 있도록 프랑스 의회는 보상과 제재로써 외교부 인사 제도에 법적 구속력을 갖추게 했다. 이는 남성 외교관에게도 진정 보탬이 된다고 확신한다. 일·가정 양립과 경력 장벽 파괴라는 측면 때문이다.
지난 10월 22~23일, 제4차 페미니스트 외교장관급 회의가 파리에서 열렸다. 전 세계 정책권자가 참석한 이 회의는 여성의 권리가 후퇴하고, 여성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모든 국제 프로그램 및 사업을 통해 성평등을 수호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목표로 삼았다.
프랑스와 한국이 상호 존중과 파트너십에 입각해 중요한 여성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어 뿌듯하다. 현재 한국은 성평등 이슈를 매우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한국의 젊은 여성 외교관들을 만나면 유난히 반가운 이유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미래가 그들의 것임을.

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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