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인공지능(AI)은 이제 한 때의 트렌드가 아닌 업의 전제이자 출발점이 됐다. 최근 일론 머스크는 대담에서 “3년 안에 로봇이 최고의 외과의사를 능가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우리는 현재 범용AI(AGI) 전환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이 AGI인지, 실제로 가능한지 갑론을박은 있으나 핵심은 하나다. 인간의 전문영역은 AI로 인해 근본부터 변화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전문영역인 변호사도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이 요즘 주를 이룬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지식(정보) 그 자체의 희소성은 빠르게 무너진다는 점이다. 검색과 요약, 초안 작성, 판례 찾기 등은 이미 자동화되고 있고, 앞으로는 더 싸고 더 빨라진다. 그 변화는 소비자들에게는 대체로 이득일 것이다. 변호사를 만나기 전 단계에서 불필요한 시간·비용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변호사가 맡을 자리는 남는다. 의뢰인은 결론만 원하지 않는다. 내 사건의 맥락을 이해해주길 원하고, 책임질 사람을 원하고, 불안을 달래고 의지할 곳을 원한다. 이렇게 '전문가 대체'의 논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변호사에게 더 시급한 질문은 따로 있다. “AI가 보기에 나는 어떤 변호사인가?” 이제 고객은 검색창보다 AI에게 먼저 묻는다. AI 답변을 통해 정보를 소비하는 '제로 클릭(Zero-Click)'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고, AI는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창구가 된다. 그만큼 개인이 곧 브랜드인 변호사에게도 AI가 세상에 나를 어떻게 알려줄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따라서 변호사에게 필요한 전략은 'AI 활용을 해도 되나'가 아니다. AI를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누락·오류·비효율의 리스크가 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AI가 나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AI는 '전문분야'라는 명함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것이다. 반복되는 주제, 설명 방식, 사례의 깊이, 업데이트의 지속성 같은 '온라인에 남은 흔적'을 보고 변호사를 판단한다.
이 때문에 변호사 등 전문가로서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AI가 나를 인식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리걸테크의 역할이 다시 커진다. 이제 리걸테크는 변호사와 AI 사이의 중간자로서, 변호사의 흔적을 AI가 안전하게 해석하도록 돕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변호사별 전문영역을 '주장'이 아니라 '데이터'로 보여주는 프로필이 필요하다. 콘텐츠·사례·활동이 쌓일수록 전문성이 드러나는 구조다. AI 답변에 근거를 제공하는 인용·출처 체계를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AI가 변호사를 대체하느냐는 질문보다, AI가 변호사를 어떻게 소개하는지가 당분간 시장을 이끌 것이다.
이제 변호사에 대한 신뢰는 문서나 명함에만 머물지 않는다. AI가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 네트워크 안에서 나의 전문성이 어떻게 정제되고 인용되는지가 곧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AI가 나를 긍정적으로 학습하고 추천할 수 있도록 상당한 규모의 데이터의 질과 양을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AI 시대의 변호사는 '내가 누구인지'를 사람에게만 설명해선 부족하다. AI에게도 설명돼야 한다. 그리고 리걸테크는 그 설명을 돕는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 sonsh@lawir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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